2008년 7월 15일 화요일

두뇌를 깨우는 유태인 교육법

기억력 부문 기네스 기록 소유자
에란 카츠를 만나다

유태인의 지적 능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에란 카츠라는 한 남자 때문이었다. 그는 한 번에 500자리의 숫자를 외워 기네스북에 올랐다. 기억력이 때론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늘 아침의 일을 예로 들어보자. 아이를 깨워 밥을 먹이고 회사에 출근하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가방을 뒤엎고, 신발장을 뒤지고, 어제 입었던 재킷을 탈탈 털어도 열쇠는 나오지 않았다. 어제 저녁부터 역순으로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집에 들어와서 열쇠를 놓는 순간만 흐릿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는 기억을 단순한 메모리칩 하나로 대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메모리칩이 오히려 우리를 퇴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을 때 에란 카츠란 유태인이 나타나 천재적인 기억력을 자랑하면서 기억력이야말로 두뇌를 계발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전 세계를 돌며 기억력 증진법과 두뇌 계발법에 대해 강의 하는 에란 카츠는, 두뇌는 누구나 계발 가능한 것이며 훈련만 하면 누구나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두뇌 속 세포는 근육과도 같아서 근육을 훈련하면 누구나 훨씬 발달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력을 기르는 것이 두뇌를 계발하는 첫걸음
기억력은 모든 두뇌 활동의 기본이다. 기억력을 증진하는 훈련을 하는 동안 두뇌 활동은 활발해지고 다른 모든 능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에란 카츠의 기억력 강의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가 기억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상상력’이라는 것이었다. 에란 카츠는 사람들이 그가 이뤄낸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 정도를 기억하는 일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자리 숫자를 외울 때 기마트리아(Gimatria)라고 하는 유태인 고유의 기억력 비법을 사용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연상법’과 같다.

숫자 한 개당 한 글자를 대입해서 그것으로 단어를 만들면 40개의 숫자는 20개의 단어가 되고, 20개의 단어는 40개의 숫자보다 훨씬 외우기 쉬워진다. 유태계 러시아인 솔로몬 셰라셰프스키는 아무 연관도 없는 수백 개의 단어를 한 번만 듣고도 순서대로 기억하는 ‘무한대 기억력’으로 유명했다. 그의 비결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초로 한 연상기법. 오감을 최대한 살려 단어를 들으면 색깔과 맛을 떠올렸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도 맛을 느낄 줄 알았다고 한다. 에란 카츠는 걷거나 몸을 흔들면 혈액순환을 증진시켜 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산책하는 동안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아이와 함께 많이 걷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기억력과 두뇌 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두뇌는 사용할수록 발전한다. 뇌 활동을 촉진하는 유태인식 두뇌 계발법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 있다.

기억력을 키워주는 유태인식 두뇌 계발법
상상력을 개발하라 에란 카츠는 상상력은 곧 힘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언젠가 우린 달에 갈 수 있을 거야’라는 상상이 인간을 우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 아인슈타인도 ‘인간이 빛의 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시작으로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켜나갔다고 한다. 기발한 상상을 할수록, 터무니없는 상상을 할수록 아이의 두뇌는 더욱 넓어진다.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려면 아이의 세계를 인정하고 긍정해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상상력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억이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그림을 정신적으로 잘 저장하는 능력을 말한다. 가능한 한 선명하고 예외적인 그림으로 기억할수록 기억은 오래간다. 즉 구체적으로 상상할수록 기억도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1 여행하고 방랑하라
유태인들이 두뇌 능력을 계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에 있다. 그들은 박해받고 쫓겨다니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지적 능력을 키움으로써 이를 생존의 방편으로 삼았다. 우리의 두뇌는 편안함을 느끼면 일할 생각이 없어진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 가면 감각이 예민하게 깨어난다. 여행지에서는 기억도 잘하고 집중도 더 잘한다. 많이 경험하게 하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두뇌 발달에 좋은 방법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실패하고 시도하는 동안 두뇌는 빠르게 돌아간다. 생존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한 두뇌는 그렇지 않은 두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곳을 보여주고, 혼자서도 모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2 끝없이 대화하라
유태인들은 어떤 엉뚱한 질문을 받더라도 반드시 대답한다. 유태인들의 지적 자산이 농축되어 있는 <탈무드>는 읽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두 명의 도둑이 굴뚝을 타고 내려왔다. 한 명은 얼굴에 석탄이 묻어 지저분했고, 다른 한 명은 깨끗했다. 둘 중에 누가 얼굴을 씻으러 갈 거라고 생각하는가? 한 명이 대답한다. 얼굴이 지저분한 사람이라고. 탈무드의 답은 얼굴이 깨끗한 도둑이다. 얼굴이 지저분한 도둑은 깨끗한 얼굴로 나온 친구 얼굴을 쳐다보고 자기 얼굴도 깨끗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논리적인 질문은 사고의 폭을 넓혀주며 두뇌를 활용하는 동기부여를 한다.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3 화가 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화가 난 상태에서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 불안감은 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걱정과 불안을 떨치고 집중할 수 있어야 두뇌 활동이 이뤄진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켜 책상에 앉혔을 때, 아이의 감정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엄마의 잔소리로 불안한 상태는 아닌지, 화가 난 것은 아닌 지 확인한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유태인식으로 손을 씻고 오거나 간단한 간식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위를 환기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을 달래주는 동안 기쁜 감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쁜 마음과 행복한 감정은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4 완성되지 않은 장난감을 사줘라
유태인이 선호하는 장난감은 완성품이 아니다. 아이가 조각을 맞추고 만들어서 자신의 상상력으로 완성할 수 있는 장난감이다. 이들에게는 집짓기 나무 블록과 소꿉놀이용 모자 세트가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인데, 집짓기 나무는 가능한 여러 가지 형태의 조각이 있는 것을 고른다. 소꿉놀이용 모자는 아이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유태인들은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것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것으로 자신들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 관찰력과 상상력을 발전시킨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기에 이상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모양이라도 스스로 만들어보고 생각하는 동안에 두뇌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참고도서 <천재가 된 제롬>(에란 카츠 지음, 박미영 옮김, 황금가지), <유태인의 천재교육 53>(루스 실로 지음, 이은영 옮김, 작은키나무),
<메모리 닥터>(더글러스 J. 메이슨, 스펜서 사비에르 스미스 지음, 이동진 옮김, 즐거운 텍스트) | 글 장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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